헬라어 발음

헬라어는 오랜 역사를 가진 언어이다. 오랜 역사를 가졌을 뿐 아니라 사멸되지 않고 현재까지 그리스에서 사용되는 언어이다. 1세기까지 로마 제국의 공용어로 쓰이던 코이네 헬라어는 2세기부터는 로마 제국의 언어인 라틴어에 점차 주도권을 빼앗기기 시작해 로마 제국이 동과 서로 나눠지게 된 이후에는 세계 공용어로서의 위치를 잃고 동방의 언어가 되어 서방 세계에서 고립되어 있었다. 1453년 오스만투르크 제국 에 의해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자 동방의 학자들이 고전 헬라어 문서들을 가지고 서방으로 피신하게 됨으로써 고전 헬라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르네상스의 태동을 가져오게 되며, 그들이 가지고 온 신약 성경 사본들은 헬라어 성경 연구열에 불을지 펴 종교 개혁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헬라어의 역사적 배경은 헬라어를 어떻게 발음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안목을 갖게 해준다. 헬라어 신약 성경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 서양 세계로부터 잊혀있었기 때문에 원래의 헬라어 발음 또한 잊힐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헬라어 발음을 복원하려는 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고 그 결과로 약 1500년 전 헬라어를 다시 발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발음법은 문헌에 기초한 것이므로 살아있는 헬라어의 발음을 구현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것을 ‘에라스무스식 발 음’, ‘학문적 발음’, ‘고전식 발음’이라고 부른다. 그 또한 각 나라의 언어적 특성에 따라 독일어식, 영어식 발음으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이나 유럽의 신학교에서는 이 학문적 발음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한편 그리스의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현대 그리스어 발음을 근거로 한 발음 체계도 있다. 학계에서는 소수가 이 발음 체계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 발음 체계의 장점은 살아있는 헬라어의 소리를 구현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무리 현대 그리스어가 고대 그리스어를 뿌리로 한다고 해도 이천 년 동안 발음이 전혀 바뀌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었다고 하기 어렵다. 또한 현대 그리스어에는 ‘υ’, ‘ει’, ‘οι’, ‘υι’ 같은 모음들이 ‘ι’와 같이 [i] 소리를 내며, ‘αι’가 'ε'와 같은 소리로 발음되는 등 여러 모음이 한 소리를 내고 있어 구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렇게 신약 성경 헬라어의 발음은 하나로 통일되어 있지 않다. 각 발음 체계는 장단점을 갖고 있으며 어느 것도 절대적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헬라어를 잘 읽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참조하는 분들은 이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같은 성경을 다르게 읽는 경우를 만났을 때 그 이유를 알면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헬라어 신약 성경을 공부하는 이유는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뜻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임을 잊지 말자.